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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삶

AI에 관한 양가적 감정들

by Info Curator! 2026. 3. 13.

기업들은 역대 최고 실적인데, 왜 당신을 자르나

같은 업계 사람들보다 조금 빨리 이걸 알아챘을 수도 있다.

얼리어답터 기질 덕에 AI는 나에게 처음엔 하나의 장난감이었다. X(구 트위터)에서 테크 업계 사람들의 멘션을 따라가며, 지난 1~2년간 노코딩으로 AI를 직접 만지고, 내 주력 분야인 '언어'로 지어진 이 기술과 놀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떠갔다.

그런데 깊이 들어갈수록 감탄은 다른 감각으로 바뀌었다. AI가 잘하는 일의 목록이 길어질수록, 거기서 빠지는 것들의 윤곽이 선명해졌다.

이거, 쉽지 않겠구나 — 라는 직감.

그래서 오늘은 사라지는 쪽이 아니라, 남는 쪽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15년 이상 글을 다듬고 카피를 쓰며 살았던 사람이다.

기획, 교정, 문장의 결을 맞추는 일.

그러나 요즘은 AI가, 내가 반나절 공들여 하는 작업을 30초 만에 끝낸다.

비슷한 수준? 어떤 부분에서는 더 낫다.

그걸 인정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도 사람의 감각은 다르지." 맞다. 아직은.

문제는 그 '아직은'의 유통기한이 보인다는 거다.


AI 활용

2025년 미국 기업들이 공고한 해고 규모는 1.17백만 명으로,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이며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동시에 S&P 500의 분기별 순이익 성장률은 13.7%~14.9%로 견고하게 유지됐다. 이 역설적 현상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보여준다.

불편한 숫자

2025년, 미국 기업 해고 발표 117만 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

그런데 기업 수익은 사상 최고치. 경기가 나빠서 자른 게 아니다.

경기 침체 없이

일자리가 답보되고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오르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

하버드 경제학 교수, 로렌스 카츠

한국도 다르지 않다.

  • 20~30대 '쉬는 중'인 인구: 70만 명 이상 (2026.1, 역대 최고)
  • 매출 500대 기업들, 채용 계획 없음: 62.8%

잘리는 것보다 더 조용하고, 더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AI 활용


AI를 만드는 사람들의 경고

AI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장 불길한 말을 한다.

화이트칼라 초급 일자리의 절반, 1~5년 내 소멸 가능.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

18개월 내 컴퓨터 앞에서 하는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업무가 자동화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 AI 총괄 무스타파 술레이만

이건 예측이 아니다. 이미 실행 중이다.

AI 활용

물론 반론도 있다. AI 직접 원인 해고는 2025년 전체의 4.5%에 불과하다는 분석. 기업이 구조조정 명분으로 AI를 갖다 붙이는 'AI 워싱'이라는 지적.

하지만.

금융, 보험, 회계, 컨설팅, 기술 — 지식경제의 핵심 산업에서 채용 자체가 멈추고 있다.

잘리지 않더라도 새 자리가 열리지 않는다. 이 차이를 체감하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다.


배운 만큼 위험해지는 구조

최근 미국에서는 대학 졸업자 상당수가 배관, 건설, 전기 같은 블루칼라를 택하고 있다.

많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숙련 기술직이 AI에 더 안전하다"고 답하고 있다.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사무실에 앉아 정보를 처리하는 일을 할수록, AI와 정면으로 경쟁하게 된다.

배운 만큼 위험해지는 구조.

뉴욕타임즈 분석: 산업혁명은 남성 노동 계층을 흔들었다. 이번에는 교육받은 중산층의 전망이 흔들린다. 사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치적 분노의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Block이 직원 40%를 잘랐다. 주가가 20% 이상 급등했다.

시장은 당신이 잘리는 것에 박수를 치고 있다.


기존 조언들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들.

"코딩을 배워라." → 그 코딩 일자리가 가장 먼저 줄고 있다.

"AI를 활용하라." → 당신이 AI로 생산성을 올리면, 회사는 다음 분기에 사람을 더 줄인다.

"리스킬링하라." → 어떤 스킬이 5년 뒤에도 유효한지 AI를 만드는 사람들조차 모른다.

이 조언들의 공통점. 전부 '고용된 상태'를 전제한다.

더 잘해서 살아남으라는 말이다. 그런데 판 자체가 바뀌고 있다면?


질문

요즘 나는 두 가지 질문을 안고 산다.

월급에 의존하지 않는 소득 구조는 가능한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은 어떤 형태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질문을 바꾸지 않으면 답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나는 괜찮겠지"라는 문장의 유통기한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것 — 그건 확실하다.


같은 질문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당신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혹은, 아직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면

— 그것도 솔직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